[이 글은 2005년 한님의 블로그 TOP10입니다]저녁쯤에 글 하나 올릴 예정입니다예고한 글은 내일.늦은 글 쓰기에 앞서이 글을 쓰겠다고 한지 벌써 사흘이 지났군요. 만에 하나, 아니 억에 하나 이 글을 기다리신 분에 계시다면 죄송합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리자면, 이 글은 사건 자체에 대한 평을 위한 글이 아닙니다. 따라서 전학대회가 공개투표로 진행되었으면서 일반 학생들에게는 투표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점이나, 다른 학생들은 자신들의 대표자로 학과대표와 단과대 학생회장을 내보내지만 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들(동아리 성격은 상관없이)은 동아리 연합회라는 +1의 대표자를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 하지 않겠습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글을 읽으시는 다수의 바깥 분들께는 짧게 써서는 이해를 못하시거나, 잘못 이해하시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 글은 평화고대라는 모임을 전혀 대변하지 않습니다.
고려대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 명예철학박사 학위 수여내일 백주년 행사에 나갈까합니다.백주년 기념식 다녀왔습니다.저는 4학년이라는 입장의 사정상 5월 5일의 모임 이외에는 서명란에 제 이름을 적는 것을 제하고 아무런 활동도 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참여하신 분들과의 접촉도 없었고요. 무엇보다 평화고대는 기자회견 후로 해체되었죠.
가능한한 글의 주제 외에는 중립적으로 쓰려고 하겠습니다만, 저도 사람인지라 기대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왠지 무책임).
글이 길어 이후는 가리겠습니다. (click)
사실은 RGB, 그 이상의 사람들
5.2 사태와 관련해서 다양한 쟁점들이 존재합니다.
글 분위기에 맞춰 8가지(1byte)만 꼽아보자면
사태 배경
1.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 고려대 명예박사를 받을 자격이 있는가.
2. 회칙을 무시한 선거로 당선된 총학생회장단이 학생을 대표하는가.
3. (형식에 불과할지라도) 중운위를 거치지 않고 다함께 고대모임이라는 정치집단과 외부 세력, 일부 단과대 학생회장, 총학생회 일부 간부의 주도로 이루어진 시위에 고려대 학생들이라는 이름을 거는 것이 정당한가.
4. 사전 합의를 무시하고 일부 참여자의 선동에 의해 폭력 시위로 변질된 시위를 (5월 5일 다함께의 주장대로) 평화시위라고 할 수 있는가.
사후 처리
5. 5월 2일 시위를 폭력 시위로 변질시킨(실은 5.2 사태의 진짜 책임자인) 선동자를 총학생회 간부들이 앞장서서 감싸는 것은 정당한가.
6. 처장단 총사퇴는 과잉 대응인가.
7. 학교의 시위 주동자 징계는 과잉 대응인가.
8. 사태의 책임을 지고 총학생회 회장단이 탄핵되어야 하는가.
이 외에도 몇 가지를 더 꼽을 수 있을겁니다. 어떤 것은 다른 것의 배경이 되기도 하고, 조금 연결되기도 하고, 거의 완전히 독립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쟁점에 대한 의견이 흑백만으로 나뉘지 않고 RGB, 그리고 그 조합색들로까지 나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1번의 경우만 해도 다함께처럼 노동 문제를 들어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재해 복구 등의 사회 공헌을 들어 찬성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혹은 이런 사회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고려대에 기부금으로 기여한 것만을 따지는 견해도 있겠죠. 따라서 이를 합하면 사람의 의견이란 5.2 사태만 두고 봐도 거의 True Color 겠죠. 하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는 사람도 많나봅니다.
편들지 않으면 모두 적?
평화고대라는 모임은 위의 예에서 말하자면 4번과 5번이 그르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었습니다. 그 외의 항목에 대해서는 참여자 중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말이죠. 하지만 다른 집단에서는 그렇지 않았나봅니다. 대자보를 통해서 총학생회장단(이전에도 그렇고 이후로도 '총학생회'라고 표현하지 않겠습니다. 총학생회는 의미상 모든 고려대 학생을 지칭하기 때문입니다.)과 다함께는 이들을 다음의 논법으로 비난합니다.
5.2사태는 자본 독재에 대한 반대 운동이다.
-> 5.2사태는 폭력시위가 아니다.
-> 평화고대는 이를 폭력시위라고 하며 사과를 요구한다.
-> 폭력시위에 반대하는 것은 시위를 거부하는 것이다(?)
-> 학생들의 시위를 거부하는 평화고대는 재단의 어용단체이다(?)
-> 재단은 삼성과 연계되어있다.
-> 그러므로 평화고대는 자본의 개다.
아, 아름다워라. 시위에 폭력은 당연한거고 폭력시위에 반대하는 것은 자본에 종속하는 것이다? 말빨이 뛰어나서 이렇게 요약해두지 않으면 넘어가 버리겠네요. 한가지 항목에 대해서만 자신들과 의견이 안 맞으면 실제로는 옅은 회색일지라도 완전히 검정(그르다는 뜻이 아니라 저들과 반대방향이라는 뜻의)으로 몰아가버리는군요. 그리고 평화고대의 다원적 특성 때문에 고려대 학생들 이외에는 바깥에 편이 없다(이후 다시 설명)는 것을 이용해서 외부 세력들을 열심히 끌어들여 비난합니다. 찬찬히 뜯어보면 그네들이 열심히 비판하는 수구적 정치 세력과 행보가 똑같네요.
중립적인 언론이란 없다
저는 지금까지 某 통신사는 다른 매체에 기사를 제공하는 언론사이기 때문에 가장 중립적이리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사 인용이 필요할 때에는 가능한한 그곳의 뉴스를 인용했죠.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서 (애초에 근거없는 허황된 믿음이었지만) 믿음이 완전히 무너져버렸습니다. 학내 대립구조라는 내용의 기사를 쓰기 위해 학생들을 유도심문하며 원하는 대답을 하지않는 학생들을 다그치고, 관계자의 혼잣말과 그들끼리의 개인적 대화를 훔쳐듣는 모습. 결국 인터넷에서 그를 만족시킬법한 결과물이 된 기사. 그 통신사에서 나왔다고 하는 어느 기자의 모습은 저를 좌절시켰습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속담이 있죠. 학생들의 말을 적절히 취사하고 말을 미묘하게 변경하여 멋-_-진 인터뷰 내용이 만들어지는 것도 봤습니다. 그들 덕분에 폭력 사태의 진짜 책임자를 밝혀내고, 폭력 시위 방지 약속을 요구한 평화고대의 최후의 수단이었던 탄핵 서명이 학생-학생 대립구도의 상징으로 외부에 표출되어버렸으니까 최후의 승자는 어쩌면 이들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대형 신문사들은 이미 포기했습니다. 이에 대항한다고 주장하는 몇몇 신문과 인터넷 신문들도 결국 그들과 다를바 없었습니다. 중립이라고 여겼던 언론사도 [당연하게도] 중립이 아니었습니다. 지금의 저는 신문을 펼치는 것조차 두렵습니다.
학내 문제는 학내로 수렴할 수 없는가
위에서 평화고대의 다원적 특성 때문에 고려대 학생들 이외에는 바깥에 편이 없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바로 윗 단락에서 언급한 것처럼 언론들은 대부분 대립구도를 만들어 기사를 쓰고자 하는 꿈에 부풀어 있었나봅니다. 따라서 '참여자 중에는 명예 학위 수여를 긍정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모임은 그와 별개로 더이상의 폭력시위가 없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다원성을 강조하는 그들을 떫은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이후로 언론과는 단절, 그리고 학생들의 문제가 자꾸 밖으로 퍼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처음부터 거절을 한 것도 있죠. 하지만 총학생회장단은 오히려 외부에 도움을 청하며 다른 학생들이 막고자한 학생-학생 대립구도를 만드는데 열중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지금도 자중하자는 내부 분위기와는 달리 공대 학생회 게시판이나 다른 고려대 게시판들에서 가장 열을 올리며 글을 쓰는 사람들은 '타대생'이나 '삼성 부당 해고자'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추가: 재밌는 사실은 5.2사태에 실질적인 주동자로서 다함께의 타대학 모임과 다함께를 후원하는 정치세력 인물, 삼성 퇴사자가 다수 참석했다고 전해지는 것입니다. 저 게시판의 '타대생'과 '삼성 부당 해고자'들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지금은 2005년이다
인터넷을 통해서 들은 가장 황당한 말은 '4.19의 주역이었던 총학생회를 너희가 그러면 안된다'라거나 '폭력시위 반대라니, 5.18의 선열들도 비난할거냐'라는 말들이었습니다. 험한 말을 하자면 '모르면 닥치고 짜져'라고 하겠습니다.
4.18(고려대에서 일어선 것은 4.19의 하루 전인 18일이었기 때문에 고대생들은 이렇게 부릅니다)의 주역은 분명 총학생회였을 겁니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대로 총학생회란 고려대 학생 자체를 말합니다. 5.2사태에서는 일반적인 표현에서 총학생회란 총학생회장단의 간부들을 칭하는 거죠. 그리고 총학생회 간부는 회장단의 단위로 매년 선거로 뽑습니다. 그걸 마치 4.18의 총학생회와 동일한 집단인 마냥 취급하다니. 그렇다면 그런 주장을 하는 분은 이웃집에 살고 있을지 모를 전두환이라는 이름의 꼬마를 학살자, 독재자라고 욕하며 돌 던질겁니까. 이름이 같다고?
후자에 대해서 시대는 변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시대에는 살기위해 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선열들의 노력으로 지금은 상생을 추구하는 시절로 넘어왔습니다. 이제 주먹은 개인을 억누를 수 있을지 몰라도 모두를 납득시킬 수 있는 설득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최근 너무 남발된다는 비판이 있긴 하지만) 시민들의 촛불을 부정하시려는 것은 아니겠죠? 위와 같은 주장을 하는 분께 되묻겠습니다. 이 땅과 이 시대를 일구어낸 선열들의 피와 눈물을 무시할겁니까?
물론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말아야할 것도 있습니다. 약속을 어기고 소요로 변질시킨 그들에게 이러지 말라고 말리는 교수님들과 교직원들에게 '당신이 교수면 다야'라고 외치고 쌍욕을 하는 것, 사이에 끼인 같은 고려대 학우인 아르바이트생들을 다치게 하는 것, 기물을 파손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 말이죠.
두서없는 글의 끝에서쓰고 싶은 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섯 시간 연속으로 글을 두드리고 있자니 머리가 점점 복잡해지고 앞부분과의 흐름이 자꾸 흐트러지네요. 이미 뒷부분에서는 제목처럼
다원성와 이를 거부하는 윗사람들(총학생회 간부와 언론,정치세력)의 이야기조차 아닙니다. 고로 여기에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뭘 썼는지도 모르겠네요. 다섯 시간이나 두드렸으면서 왜 이리 짧냐고 하실지 몰라도 제가 말빨, 글빨이 딸리니 어쩔 수 없답니다. 오히려 스크롤의 압박이라며 넘어가버리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죠.
어쨌든 미리 말씀드린대로 이 글을 마지막으로 이곳에 5.2고대사태와 관련된 글은 올리지 않을 것입니다.
ps. 그러고보니 이곳을 통해서 '의도가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고 있군요. 하지만 개인의 목소리가 닿을 수 있는 범위는 얼마나 될런지.
하늘빛마야// 그네들은 '왜 그때는 가만히 있었냐'고 하죠.